서울에 살았던 나는 어릴 적 외갓집에 자주 맡겨졌었던 거 같다. 어릴 적에는 엄마품에 떨어지기 싫어했던 어린아이였는데 어느 순간에 나는 시골에 자주 가 있었던 거 같다. 부모님과 주말에 차를 타고 내려가면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시골에 있었던 적도 있었고, 몇 개월 만에 찾아오신 엄마를 낯설게 바라보던 기억도 난다. 다 크고 나서 엄마에게 왜 그때 그렇게 저만 시골에 오래 있었어요? 하고 여쭤보니 형은 장남이라 안 가고, 막내 남동생은 어려서 못 보내고, 중간인 너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삼 형제를 다 돌보는 것이 그때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엄마에 애착이 강해져서 항상 잘 때면 엄마 옆에 누워자려 하였고 심지어 동생이 엄마 옆에 누워자면 나는 모두 잘 때까지 기다렸다 동생을 밀치고 엄마 옆에 누워 자곤 하였다. 물론 엄마는 동생인지 아시고 나를 늘 꼭 깨안고 주무셨다. 아침에 깨면 놀라시곤 하셨지만...^^*
하여튼 그것으로 나중에는 시골이 좋아져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에는 방학과 동시에 시골에 가서 개학 몇 일 남겨두고 올라오는 학창 시절의 기억이 거의 온통 시골에서의 즐거운 추억들만 남게 되었다.
경기도 광주가 외가집이였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밤에는 늑대소리가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할머니 품에 안겼던 기억도 나고, 호롱불 아래서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이를 잡던 모습들, 어느 형내집에 가면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있던 모습도, 비료푸대 깔고 눈썰매 타던 기억, 여름에 개울가에서 물놀이 하던 모습, 방에 누에를 치시던 기억, 산토끼 잡으러 더니던, 참새를 잡던... 하여튼 서울에서 자라던 내가 이런 시골의 추억을 갖았던 것이 모두 그 때에서 비롯 되었다. 하긴 그때는 벽지도 신문을 바르던 시절이고 버스도 없던 시절이니. 물론 지금은 산 너머에 분당아파트 촌이 들어서 있는 곳이 1970년대만 해도 그랬었다.
나는 낮에는 천연의 시골에서 맘껏 자연과 동네 친구들을 벗 삼아 맘껏 놀았지만 해가 질무렵 이 집 저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때, 친구들이 밥을 먹는다고 집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왜 그렇게 한 없이 외로움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냥 서글펐다. 그래서인가 저녁때가 되면 tv를 켜 놔도 별로 재미가 없었고 농사일과 밭일로 피곤하셔 다들 일찍 주무시는 밤이 너무도 싫었다.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고... 막무가내로 할머니에게 때를 썼다. 집에 보내달라고..... 엉엉.... 밤만 되면 울었다. 엄마 보고 싶다고.... 그러다가 할머니 가슴을 매만지며 엄마를 더듬듯이 그렇게 잠이 들곤 했다. 정말로 몇 번은 할머니께서 산을 몇 개를 넘어서 그 다음날 서울 집으로 데려다주시기도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시골에서 실컷 뛰어 놀았고, 밤에는 떼만 썼고, 다시 그다음 날이 밝아오면 산과 들로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밤만 되면 또 울고.... 그런데 단 한 번도 할머님께 야단을 맞은 적이 없었다. 늘 닦여주시고, 그 추운 날 찬물로 빨래를 해주시고, 밤이면 들기름에 김치를 넣고 볶음밥과 화롯불에 고구마, 감자,....
나 때문에 얼마나 맘 고생을 하셨을까? 엄마 보다도 헌신적으로 저를 돌봐 주셨는데.. 그런 할머니가 보고 싶다.
오늘 회사 끝나고 숙소로 차를 몰고 산을 넘어오는데 할머님이 곁에 있는 듯 싶었다. 한글 연습을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시다. 군대에 있을 때 할머님께 편지를 보내면 그렇게 좋아하셨던 할머님! 제대하고 찾아 뵈니 내가 보낸 편지를 꺼내 보이며 막 익히신 한글을 또박또박 읽어 주시곤 하셨다. 마치 중요한 선물처럼 티브이 밑에 바구니에서 편지들을 꺼내서 말이다. 지금도 그렇게 편지를 읽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은 천사같으신 할머니 생각에 그냥 눈물이 흐른다.
지금도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시고 미소를 지으시겠지! 할머니! 할머니는 정말 천사셨어요!
가끔은 어머니 얼굴에서도 할머니가 보여요. 이젠 어머니가 할머니처럼 되셨네요!
할머니 사진은 엄마 방에 가면 늘 어머니 머리맡에 있어 저도 본 답니다. 제가 할머니를 뒤에서 안고 찍은 사진도 있어요!
늘 사랑해요! 할머니! 꿈에서 뵈면 제가 꼭 안아드리고도 싶고, 저 데리고 넘어 다니시던 그 산길 업고서 넘고 싶어요!
바르게 자라고, 받은 사랑 고마워할 줄 알고, 베풀려고 노력하는 외손주로 길러 주셔 감사드립니다.
꿈에서 뵈어요~
'단어조각 > 사랑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굴에서 살아도 괜찮다면서요? (아내를 만나기 전) (0) | 2023.02.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