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희망바다

혜혜천사 2023. 1. 17. 22:20

일렁이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 겨울바다 양양에서

 

  12월 말의 겨울바다다. 그날은 이렇게나 바람이 거셌다. 아마도 쉽게 오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가슴속에 이 파도를 다 담아 가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나를 기억해 주고 2022년이 가기 전에는 꼭 뵙자고 하셨던 거래처 사장님을 핑계 삼아 이 날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한참을 서서 그렇게 바라봤다. 이 쪽 해변에서 저 쪽 해변 끝으로 고개와 몸을 돌려가며 마치 끝을 확인해보려 애를 쓰는 사람처럼 말이다. 무언가 좇기는 이 삶의 해피엔딩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던 거 같다. 부모님을 위해 우리 식구들을 위해 내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각 각 찍었다. 밝게 마치 저 파도들의 거친 몸짓을 그대로 담아 생중계해주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낸 후에 그 파도를 바라보며 나는 울었다.  부족한 아들, 그리고 식구들을 고생시키는 아빠가 아닌 것을 보여주려 몸부림 치고 있던 그 시간들과 업무 중으로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라도 잠시 이 파도들을 마음에 담을 시간이 주어지는 지금이 고마워서 말이다. 바람에 눈물이 흩날려 저 바다에 섞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내 일부가 전체인 바다가 되었기를 바란다. 

 

  올 해는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말이다. 새로운 직장을 얻었으며 그것도 내가 과거에 가장 성과를 냈던 업종으로 부름을 받게 되었다.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현업의 영업까지 모두 성과를 냈던 그 자리이다. 지방의 조그만 회사지만 회장님의 신뢰와 내가 이곳에 올 수 있도록 미리 자리를 잡아주신 선배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조건은 충분히 갖춰진 회사이기에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이제는 저녁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지난 후회는 이미 없다. 모든 것이 나로인해 생겨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모든 것에 사랑을 나누고 감사하며 그 나머지는 모른다 생각하며 지낸다. 과거보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듯하다. 그래서 이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쓰고 싶어 진다. 더 많은 것에 감사하고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더 즐기고 싶은 모든 내용들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뜩 하게 됐다. 먼 훗날 이런 이야기들이 어릴 적 적어 놓은 일기장의 글들이 마치 내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적어 놓은 글처럼 느껴질 그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게 사진과 영상들을 올리고 그 내용들도 자세히 기록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많은 것을 경험하며 그것이 내 삶이고 그것을 사랑하며 서서히 성장해 나가는 나를 기대해 보며 이렇게 첫 페이지를 열어본다.

 

눈물나도록 행복한 저녁임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