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안 된 시간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아내에게 맥주 한 잔 하자 졸라서 아내가 곧 잘 해주는 부침개와 함께 한 잔 했다. 작은 딸이 말린다. "아빠! 맥주 마시지 마~", "술 마시면 또 자잖아~ "그렇다 나는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류의 남자이며, 거기다 심장도 뛰고, 더 마시면 코도 막히고 거기서 더 먹으면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잠을 깨고서도 계속 마시면 관절도 쑤시는 아주 술과는 상극인 사람인 것이다.주류회사를 20년 넘게 다니는 것이 참 희안한 일인 것이다. 하여튼 술은 많이 마시진 않아도 술자리가 얼마나 좋은가! 거기다 보고픔에 일주일을 참으며 지내 온 그 시간이 있는데.나는 정말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젤로 좋다! 정말이다.
하여튼 그렇게 술 한잔하고 잘 버티다가 12시쯤 잠이 들었나 보다. 둘째 딸의 걱정처럼 많이 어울리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얼굴 빨개져서 스마트폰 만지작 거리다 졸다가 깨다가 졸다가 깨다가 잠들었으니 미안한 토요일이었다.
일찍 잠들어 그런지 6시부터 깨어나서 돌아다닌다. 또 잠들어야 하는데..... 명상이 최고다.
그래 명상을 하자! 명상을 하다 허리가 아프다. 그럼 누워서 해야지! 그렇다! 이것이 바로 잠이 바로 드는 방법이다.
들숨 날숨을 느끼며 우주를 느끼며... 그러다 깨니 9시. 다시 반복한다...... 그러다 깨니 12시! 오~
그런데 왕토끼가 잘 자고 있다. 그 시간까지도. 분명 둘째 딸과 새벽까지 있다 잠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깨운다.
마구 안아주고 더듬으며 아내를 귀찮게 한다. 아내가 몸을 돌린다. 나를 감는다! 아내가 젤로 좋아하는 자세로.
내 어깨에 머리를 얹고, 팔과 다리를 내 가슴과 허벅지에 올리고 나를 휘감았다.
그러면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나는 이렇게 있는 게 젤로 좋더라~"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있으면 편하니까!
가만히 있어 주기로 했다. 아내의 날숨과 들숨을 따라 맞춰 본다. 전에는 나보다 빨라서 걱정도 했었는데.
아내가 폐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번에는 거의 나와 일치한다. 엉? 왜지? 폐가 좋아진 거야? 아니면 내가 짧아진 거야? 하여튼 그렇게 한 시간을 가만히 숨소리를 들으며 아내의 숨소리를 박자로 나는 분명 누워 명상을 하였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그렇게 아내가 1시간을 잠들고 난 뒤 내가 다시 깨워 일으켜 세웠다. 배가 고프니까. 오후 1시가 넘어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다용도실에 물이 찼다. 배관이 얼었는지 5층 집에서 세탁기가 돌렸는데 우리 집에 물이 차 오른다. 우~~
3번째다. 3층에 사는데 배관이 얼면 4층과 5층에서 물을 쓸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6년째 사는데 저 번 추위와 이 번에 이런다. 춥기는 추웠나 보다. 아내가 나 없이 얼마나 고생을 했었을까?
지방으로 내려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고 어쩔 줄 몰라 당황했지만 세 번째 벌어지니 담담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처리 후에 이렇게 반복되는 것을 어찌해야 하는지 식구들이 토론을 했는데 결론은 이사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2년을 여기서 버티는 게 최선의 방법임에 다 달았다. 그럼 방향이 잡혔으니 나머지 기간 동안은 현실을 인정하고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처한 현실도 목표를 위한 방향을 설정하면 그대로 나가면 되는 것이고 지금을 그냥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내와 원한다면 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왜냐하면 나는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젤로 즐거우니까! 그리고 한적한 곳에서 그것의 사람들과 자연과 정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
그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얻어질 수 있을 테니 함께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오케이! 그럼 뭐든 목표가 설정되었다. 방향도 정해졌고. 그럼 즐겁게 사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주먹 쥐고 일어서"님의 영상을 들으면서 왔다.
내가 가장 힘든 때 나에 곁에서 늘 좋은 글을 읽어 주시던 분이시다.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다!
책읽는 주먹쥐고 일어서님 고맙습니다.
"즉시 답이 오는 네빌고다드 상상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