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삶은즐거운경험

오늘은 술 한잔

혜혜천사 2023. 2. 6. 00:22

청주로 내려오는 길에 고개를 들어 차 창문을 슬쩍 보았다. 고개를 좀 많이 올려 돌려야 보였다. 보름 달이다. 나를 좇아 온다. ^^* 그 달을 보면서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실 때 뒷자리에서 "아빠!~ 달이 자꾸 우리를 좇아와요~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요~" 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의 의식이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때 젊으셨던 아버지의 모습도 함께 말이다. 도착하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께 잘 도착했다며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전화를 드렸다. 전에는 한 공간에서 얼굴을 바라보고 인사를 나누며 잠이 들었지만, 이제는 각 각의 공간에서 떨어져 잠을 자게 되었다. 부모님은 지금이 더 행복하실까? 아니면 그때가 더 그리우실까? 그럼 나는 지금이 더 행복한가? 아니면 그때가 더 행복한가? 그렇다면 아내는 결혼 전이 행복할까? 지금이 더 행복할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물론 선택한다고 그런 시절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선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린 이렇게 서로가 연결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거다.

 

어제가 아버지 생신이였다. 삼 형제가 모였다. 이렇게 모이면 정말 좋다. 형수와 제수씨는 일이 있어 오지를 못 했고, 형과 동생은 저녁때 자고 갈 생각이었으며, 나는 청주에서 올라가고 아내와 큰 딸은 전철로 도착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도 집에서 쉬라 하고 삼 형제만 모여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걸 그랬다. 내가 올라간다 하니 형과 동생도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많이 아쉬워하셨을 테다. 부모님도 며느리들 없이 그 옛날처럼 우리 삼 형제만 있어 부모님이 일구시는 가정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셨을 테니까 말이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갔는지요? 부모님은 여든이 넘으셨고 우리 형제도 모두 50대가 되었네요. 부모님 두 분만 사시는게 이제는 맘이 걸리는 시기가 되어 가네요! 부모님은 정말 1년이 아니 한 달이 틀리게 변하시는 게 느껴지고 부모님의 뛰어난 유전자로 그 잘났던 우리 형제들도 이젠 삶의 풍파를 견뎌내는 그 모습 그대로로 변하여 갔어요

 

형도 말을 않지만 나 처럼 많이 외로웠나 보다. 나는 오춘기라고 하는데 형도 그게 왔었나 보다. 다음 달에 우리 형제만 모이자 한다. 부모님 집에 우리 삼 형제만 모여서 하루를 그렇게 보내자 한다. 부모님과 실컷 고스톱도 치고, 맛난 것도 만들어 먹고 티브이 크게 틀어 놓고 그렇게 시끌벅적해보고 싶은가 보다. 과거를 기억 못 하는 그 집에 과거 부모님이 일구시던 삼 형제의 활달한 그 기운을 채우고 싶은 거다.

그래~  형!  내 맘도 그래요!~  연로하신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의 그 느낌과 두 분이 키우시던 그 가정의 옛 모습을 다시 상기 시켜주고 싶어요!  우리 3월에 다시 모여서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요! 그리고 막내야 부모님 집의 모든 등을 led로 교체해 줘서 고맙다. 정말 잘했어!!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이였던 같다. 그냥 의식적으로 누워 있었다. 어제 밤 11시 넘어 잠들었다가 새벽 2시쯤에 깨어서 아내와 둘째 딸이 곁에 있는 거 확인하고 다시 잠들고 다시 아침 7시에 깨어 명상하다 아내 곁에 누워 아내 숨소리 마추면서 호흡하다 다시 잠들고.... 그렇게 반복하다 결국에는 오후 5시에 완전히 일어났다. 그럼 얼마를 누워 있었던 건가??  18시간을 누워 있었다. 왜? 잠도 안오는데 자꾸 누워 있고 싶었다. 근데 희안한게 그렇게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맘이 점점 더 편안해 졌다. 아내와 누워 있어 그런가? 틈틈히 마음을 챙겨서 그런가? 

 

하여튼 지금은 어제 오늘을 되돌아 보며 주말에 보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못 먹지만 술을 한 잔 하고 있다. 아버지를 좀 더 이해 하려 노력하여야 한다. 가정에서 위치를 조금씩 잃어가시는 가장의 모습. 무언가를 하셔야 하는지 찾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시는 안타까운 모습.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애 애쓰시는 모습. 나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술 한잔하며 과거에 시끌벅적했던 부모님이 일구시던 다섯 식구를 생각해 본다.

 

부모님! 올 해도 건강이 일등입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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